HRD 처세술 제 12화 - 공전계 : 타초경사(打草驚蛇)
HRD 처세술 제 12화 - 공전계 : 타초경사(打草驚蛇)
"은밀하게 건드려 실체를 보이게 하라"
글 유일한(푸름인재개발원 원장)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하여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타초경사는 공전계의 첫 번째에 등장하는 전략이다. 즉, 상대가 어떠한 수를 쓸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는 그 수가 보일 수 있도록 노출하라는 전략인 것이다. 조직장이 바뀌어 새로 온 팀장 또는 임원, 과연 그가 어떤 스타일인지 모호할 때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타초경사이다.
당(唐)나라 때에 현령(縣令) 직책의 지방관리인 왕로(王魯)라는 사람은 마치 정부의 정식 세금인 것처럼 갖가지 세금 항목을 만들어서 백성들을 수탈해서 재물을 축적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치 부정한 관리가 아닌 것처럼 행세하며 백성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두머리가 이 모양이니 그 수하들 역시 중간에서 온갖 비리로 백성들을 괴롭히며 자기 잇속 채우기에 급급했다. 현령인 왕로와 그의 수하들의 수탈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한숨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내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봉기라도 할 듯 당장이라도 왕로에게 달려갈 기세였다. 그러나 노마지지(老馬之智_늙은 말의 지혜)라고 했던가 마을의 원로들이 흥분한 민중을 제지하며 현명한 대처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설득으로 대응전략을 강구하게 되었다. 원로들은 무턱대고 왕로에게 직접 대놓고 감정적으로 부정부패를 질책을 했다가는 뜻하지 않게 큰 화를 당할 것이 자명해 보였다. 그래서 결국 백성들은 왕로의 부조리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의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낱낱이 열거해서 그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상소문을 받아 들고 읽어보던 왕로는 깜짝 놀라며 '여수타초 오이경사(汝雖打草 吾已驚蛇)'라는 글귀를 상소문에 적어 부하의 징계를 결재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 글은 "너희들은 풀을 쳤지만 나는 풀 속에 숨은 뱀처럼 놀랐느니라"라는 뜻이였다.
왕로는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요목조목 고발안 내용을 보니, 자신의 비리도 만백성이 대명천지에 낱낱이 알고 있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비리가 상급기관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그 일 이후 그는 더 이상의 비리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무리해서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을(乙)을 징계해서 갑(甲)을 각성하게 한 백성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결국 마을의 현령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長技)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 상편에 있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였던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일이다. 전군(全軍)이 길을 잃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명재상 관중(管仲)이 말하였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老馬之智可用也(노마지지가용야)]."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되어 큰 길이 나타났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폐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노마지지란 여기서 나온 말인데, 노마식도(老馬識道) · 노마지도(老馬知道)라고도 하며, 요즈음에도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란 뜻으로 사용된다.
"연공서열을 떠나 지혜롭게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고 조화와 협력이 필요한 시대"
최근의 우리네 일터에서 조직은 3세대의 연령대가 혼합되어 일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제 조직에서 퇴진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대략 전쟁 이후의 평화가 도래하여 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 세대)인 1960년대 초반까지의 출생자들의 집단과, 그 뒤를 이른 고도성장기 시대의 X세대(대략 80년도 이전 출생자)로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진보적 민주적 성향의 세대, 그리고 밀레니얼(millennials)로 일컬어지는 Y세대로 이어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가 직장으로 진입하여서 한 직장, 한 팀에서 공존하는 시대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고 지역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전 세대보다 훨씬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밀레니얼들은 앞선 세대보다는 훨씬 많은 정보와 빠른 스피드로 중무장하여 점점 전진 배치되고 있다.
회사 임원의 연령은 점점 더 젊어 지고 있으며 나이 든 사람은 정든 첫 직장을 떠나 또다시 제2의 직장을 다운그레이드하며 새로운 젊은이들과 부닥트리며 생존 경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직장으로서 직책을 갖지 않은 경우에는 나이 든 사람이 존중받기 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팀원으로서 활동해야한다. 연공서열을 기대하거나 경로 우대의 선배 대접은 이젠 더 이상 미덕이 아닌 것이 자연스러운 직장 풍토이다. 타초경사의 전래 고사를 보듯이 경험 많은 선배들의 지혜가 trickle-down effect(낙수 효과)로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고 협력할 수 있는 조화로운 풍토 조성이 시급한 시기이다.